가을 말미에서 보내온 편지

어름사니는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시월도 마지막 날, 바싹 마른 채 죽어 있는 어름사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처럼 엉성한 집에서, 주인도 없는 사체가 간단없이 떨린다. 높새가 거미줄 치는 초겨울, 복색도 현란한 무당거미의 죽음이 아찔하다. 제집에서 죽었는데도 첫서리에 시드는 나뭇잎처럼 꺾였다. 어찌된 … Read More

통증을 스캔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사고다. 몸이 기우뚱하더니 바위에 어깨를 부딪고 비탈로 굴러내렸다. 발아래는 낭떠러지였다. 하산길을 조심하라는 통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긴장이 풀려버린 탓이다. 하루하루 무사히 지낼 수 있음이야말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상의 소중함은 일상을 벗어났을 때 안다.  이튿날부터 팔, 다리,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