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웃는 듯 드디어 입이 벌어졌다. 여린 갈색빛 껍질이 뽀얗고 투명한 속을 드러낸다. 몽글몽글 말랑한 젤리 같은 덩어리가 보인다. 미끈하고 길게 생긴 감자 같기도 하고 홀쭉하게 야윈 키위 같기도 한 으름이 속을 보이고서야 제 이름을 찾는다. 지난 추석 성묫길에 높은 나뭇가지에 덩굴을 올리고 … Read More
엄마가 돌아가신 후 물건 정리를 했다. 부엌 곳곳에 소주병이 숨겨져 있었다. 싱크대 아랫단에서 양주병과 포도주가 진열된 찬장 구석진 곳에서, 간장병과 식용유 사이에서도 초록색 병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기제사가 끝나고 시누이와 시고모님의 거침없는 입담이 지나간 후에 돌아서서 몰래 찾아들었을 눈물 한 방울 소주 한 모금. 서울에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