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말미에서 보내온 편지
어름사니는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시월도 마지막 날, 바싹 마른 채 죽어 있는 어름사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처럼 엉성한 집에서, 주인도 없는 사체가 간단없이 떨린다. 높새가 거미줄 치는 초겨울, 복색도 현란한 무당거미의 죽음이 아찔하다. 제집에서 죽었는데도 첫서리에 시드는 나뭇잎처럼 꺾였다. 어찌된 … Read More
에세이 공모전 당선작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어름사니는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시월도 마지막 날, 바싹 마른 채 죽어 있는 어름사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처럼 엉성한 집에서, 주인도 없는 사체가 간단없이 떨린다. 높새가 거미줄 치는 초겨울, 복색도 현란한 무당거미의 죽음이 아찔하다. 제집에서 죽었는데도 첫서리에 시드는 나뭇잎처럼 꺾였다. 어찌된 … Read More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는 봄날이면 볕 아래 웅크린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타닥타닥 큼지막한 믹싱볼에 계란 거품을 내는 소리가 나른한 집안에 울려 퍼져요. 그 빛바랜 믹싱몰은 매일 저녁 아버지가 좋아하는 부추전 반죽을 만드는 그릇이기도 하죠. 그 옛날 값비싼 오븐이 집에 있을 … Read More
나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일본의 100세 여류시인 시바타 도요는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라고 감사의 노래를 하였다. 나도 침대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햇볕이 시나브로 찾아드는 거실에 홀로 앉아 조용한 아침을 맞는다. 안방에는 고 2 작은아들이 잠들어 있다. 아들은 휴대폰을 끌어안고서 침대에 누워 … Read More